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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꽁지 최정호와 김단혜의 포토에세이 전시회 ...그 배경설명(12)

분당꽁지 2012. 9. 15. 01:00

♧ 파란 화살표를 따라 걷다

 

자연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 청산도.

그곳에서는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산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러 자연도 사람을 따라 웃는 느린 만큼 행복한 곳이다.

풍경이 자꾸 붙잡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파란 화살표를 따라 느릿느릿 걸었다.

두 발로 꾹꾹 눌러 밟아야 하는 대지의 길을 걸으며 때로 마음의 화살표를 만나기도 했다.

이십삼 년 나의 결혼 생활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마음의 화살표를 따라 온 것은 아니었을까?

소리 한 자락이 따라오는 서편제길 에서는 절망도 희망으로 들리는 진양조에 호흡을 맡겼다.

파도가 꽃처럼 피어나는 화랑포길은 신혼의 격정적인 순간처럼 눈부셨다.

연애바위를 돌아 사랑의 서약을 맹세한 사랑길을 걸었다.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자꾸 딴 곳으로 접어드는 길.

사랑의 맹세는 변하는 사랑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는 일임을 알았다.

중년의 처절함처럼 늘어진 뱃살만큼이나 헐거워진 일상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타협하면서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나처럼 만들려고 했던 날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러나 사랑도 사람도 변한다.

단지 꼭 나만큼 변할 뿐이다.

마음의 화살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 이쪽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