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분당꽁지 최정호와 김단혜의 포토에세이 전시회 ...그 배경설명(8)

분당꽁지 2012. 9. 8. 20:05

 

♧ 유월의 언덕에서

 

문학회 문우들과 함께 육자배기를 닮은 동백의 고장 고창 선운사를 거쳐 백양사를 돌았다

700년 된 갈참나무를 끼고 올라가 각진국사가 지팡이를 꽂은 자리에 피어난 이팝나무를 바라본다.

흰꽃이 나무 전체를 하얗게 덮어 마치 쌀밥을 소담스럽게 담아놓은 것 같다고 하여 이팝나무라고 한다.

백양사 호숫가에서 이팝나무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전통찻집에서 녹차 한 잔을 내렸다.

오는길에 미당 시문학관에 들렀다.

폐교에 조성된, 담쟁이 넝쿨이 소담한 문학관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스테인리스 자전거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자전거 아래로는 국화를 닮은 하얀 마가렛 꽃이 햇살 아래 수줍게 고개 숙이고 있고,

때로 부는 바람에 꽃잎이 웃음 짓고 있었다. 바람의 자전거. 자전거 바퀴를 바로 세우면 8자가 된다.

미당은 그의 시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자연이 존재하는 한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바람의 역동성.

질마재에 서서 시인이 맡았을 바람의 냄새를 맡아본다.

소리를 들어본다.

뺨 위로 스치는 바람은 6월의 햇살과 함께 온몸으로 파고든다.

폐부 깊숙이 새로운 바람과 만난다.

시인이 걸어갔을 힘들었고 또한 행복했을 시간들을 생각한다.

어디에도 안주할 수 없어 바람처럼 외로웠을, 세상의 온갖 시름에도 자유로웠을 시인.

그러나 삶은 때때로 공회전을 하듯 분명 앞으로 나아가는데 속도가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 속에서 쳇바퀴를 도는 듯 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