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쳐

메디컬쳐 7월호 분당꽁지 최정호의 풍경사진

분당꽁지 2012. 7. 4. 15:44

 

 

한 사내를 위한 에테르

 

김단혜

 

 

바람 냄새가 지독한 날 이었다

햇빛의 투명함이 오선지위를 통통 튀었다

맨발에 젤리슈즈를 신은 소녀들 사이로

거꾸로 매달린 투명한 비닐우산들이 비행하고

분주한 스텝들 사이로 한 사내가 보였다

검은 재킷에서 때때로 번쩍이는 햇빛 얼음 조각들

사내가 움직일 때마다 보오보오 빈 병 부는 소리가 들렸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번지는 저녁놀을 닮은 휘파람소리 같았다

 

모든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사랑이 그랬다

 

그의 시집 142쪽을 펼쳤다

밖으로 문을 잠그고 한 달 동안 A4 용지 80장에

보이지 않은 길을 따라 써내려 문장에선

실존과 생존을 오간 치열함이 만져졌다

바람을 담은 음악 소리가 들렸다

설레는 현기증이다

 

그때부터였다

내 속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다

 

 

* 에테르(ether) -빛을 파동으로 생각했을 때 파동을 전파하는 가상적인 물질

 독도의 동도 기상관제탑

함백산의 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