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쳐

메디컬쳐 2014년 9월호 사진작가최정호(분당꽁지)의 풍경사진

분당꽁지 2014. 9. 17. 04:35

이번달엔 책이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추석명절에 바쁜일정이 있었기에....

이번호에는 지난달에 여행했던 화천의 산소길을 소개해드립니다.

그리고 너무도 기분 좋게 촬영했던 정토사의 맥문동과 배롱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토토에세이의 물방울 접사는 비가오면 혼자놀는 꽁지의 모습....ㅎㅎㅎ

빗방울 속에 코스모스가 청초합니다.

 

나는 설거지를 한다

김단혜

 

 

 

설거지 반지를 끼고

설거지를 한다

나는 설거지를 하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쓰고 싶은 글을 닦고 또 닦듯이

설거지가 주는 나른하면서 은밀한 행복이 넘실댄다

설거지를 마치면 내게 올 한 줄의 단어를 기다린다

글자 한 자 한 자 의심하고 채찍질하며

한 줄 또 한 줄 써 내려간다.

접시 위에도 쓰고 커피 잔 속에도 쓴다

나는 여기에 있지만 내가 아니다

말간 글을 써야 한다

누군가 다가와 한마디 한다

너는 나와는 다른 설거지를 하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행주를 삶아 널고

설거지 반지를 빼서

싱크대 서랍 몽돌 위에 올려놓는다

봄의 제단에 바쳐진 처녀처럼 나의 손가락은 춤춘다

손가락이 꺾일 때까지

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가혹한 것일까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스스로 답을 알 때까지 묵묵히 그 길을 가는 것이다

식은 커피를 마저 마신다

 

청계산 정토사에서 만났던 맥문동과 배롱나무의 붉은 꽃.

책에는 이렇게....

화천의 산소길...마치 산소가 나올 듯...

책에는 이렇게 표현되었습니다.

 

 

메디컬쳐 표지사진...